저희가 작업자들을 위한 온라인 프로젝트 플랫폼을 포기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저희의 지향점에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처음 SC를 시작하던 2011년으로 돌아가서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처음 저희가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국내에서도 50~60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디자인을 하고 빌딩을 계속하면서도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여러가지 해외모델들을 리서치했고, 당시에 freelancer.com보다는 freelancer union이나 loftworks와 같은 지향점이 가졌고 서비스적으로는 elance (현재 upwork)가 멋졌지만 한국의 사용자들에게는 한참 시간이 지나야 가능한 모델이었습니다. 99designs 같은 winner takes all모델은 애초에 제외시켰습니다. cloud sourcing이니 뭐니 많은 개념들이 난무하던 시기였고, 많은 모델을 고민했지만 저희의 기준은
'작업자들의 생활이 더 나아지는 모델이어야만 한다' 였습니다.
99designs는 해외에서도 가장 저가플랫폼으로 인도나 파키스탄 인력이 작업을 하기때문에 환율차이를 고려했을 때 개발도상국의 작업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보수이지만 국내에서 만들어질 경우 다시 주니어들의 등골빼먹는 플랫폼이 될 뿐이라는 생각에 저희는 해악적인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freelancer.com과 같은 프리랜서를 중개해주고 플랫폼의 경우, 일부 프리랜서들을 검증하는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고 많은 풀을 확보해서 낮은 클라이언트 알선료를 받는 모델이죠. 그러나 국내환경은 영어로 업무를 처리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우선 시장규모가 작고 업무문화가 유연하지 못합니다. 때문에 프로젝트 수급부족, 국내 프리랜서와 업체 모두 부족한 리모트경험과 협업숙련도, 프로젝트 퀄리티 담보를 위해 시스템적 보완으로 서비스품질을 높이면 결과적으로 고비용 구조가 될 수 밖에 없고 (관리pm을 투입 한다거나), 그 부담은 결국은 프리랜서가 가지게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이듬해에 몇몇 회사들이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플랫폼을 오픈했지만 역시나 어느 곳 하나 딱히 고민했던 것보다 더 나은 모델을 구현한 곳은 없어보였습니다. 그 동안 저희는 계속해서 소위 돈 안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프로젝트만 하고있었죠. 현물보상을 받는다던가, 농촌의 브랜드를 개발한다던가, 표준계약서를 만들고, 여러가지 프로젝트 방법론을 적용시켜서 프로젝트를 테스트하고 프로세스를 적립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지내면서 저희가 알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은 시기상조이고 우리가 열정을 쏟아부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커미션을 많이 받아서 회사를 키울 욕심이 없다면 비영리단체가 되어 운영을 하지 않는한 지속가능하지 않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디지털노마드들은 계속 늘어나고 리모트로 일하는 세상이 될테니까 장기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모트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이미 10년전부터도 되어있었고 그 때도 세상이 바뀔꺼라고 얘기했습니다. 다만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게 함정이겠죠. 사회는 세대를 거쳐 변화를 수용하게 됩니다. UX에 대한 이해가 있고 에스노그라피에 대해 들어봤다면 무슨 이야기인지 더 쉽게 이해하실 겁니다.
아마도 아직 한국은 최소 십년남짓은 더 기다려서 기획자라는 말도안되는 포지션이 사라지고, 업계 전번이 더 체계적으로 방법론을 이해하는 수준이 되어야 정상적으로 온라인 협업 플랫폼이 작동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까지 계속해서 의미있는 시도와 노력들이 지속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